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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테라피> - 공포의 상처 치유

Alice12 2023. 4. 16.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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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상처엔 어떤 심리구조가 깃들어 있을까?

 

인간은 어려서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오랜 세월을 보호의 손길 아래에서 자라다 보니 안전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안전에 대한 믿음은 범죄, 폭력, 강간, 화재, 사고, 질병과 같은 상황에 처하더라도 다시 삶을 이어갈 수 있게 하는 힘이 되어준다.

그리고 안전한 삶이라는 환상이 중간에 깨어지더라도 우리는 "어쩌다 한번 닥친 거야. 앞으로는 더 이상 이런 일이 없을 거야" 하며 위험의 순간을 망각하고 살아간다.

그 망각의 속도와 정도는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위험에서 비롯된 공포의 상처는 대개 치유된다.

하지만 한번 당한 위험의 공포에서 회복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반복적으로 전투에 투입되어야 하는 전시의 군인이나 끊임없이 위험을 감당해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그러하다.

신체적인 위협이 관계의 상처를 동반하면 그 상처는 더 깊고 오래 간다.

가정폭력의 경우 반복적으로 학대가 일어나고, 학대자와 강제로 성관계를 가져야 하는 등의 부조리한 상황이 되풀이된다.

그리고 무시, 배신, 억울함 등 관계의 상처가 모두 관련되기 때문에 학대자와 헤어진 후에도 오랜 기간 상처가 남는다.

폭력을 동반하는 집단따돌림도 마찬가지다.

외로움, 수치스러움, 부끄러움 같은 관계에서 오는 마음의 상처가 실제적 위협에 해당되는 협박과 폭력에 기인한 공포의 상처와 만났을 때 그 고통의 강도는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진다.

그래서 괴로운 나머지 자살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육체적 손상은 죽음의 공포로 연결된다

 

실존주의 심리학자들은 모든 위협적인 상황이 상처를 남기는 것은 공포의 밑바닥에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죽을 뻔한 위험에 처했던 사람들 중 50% 이상이 공포의 상황이 반복적으로 떠오르고, 공포를 연관시키는 것을 피하려 하며, 사소한 일에도 깜짝깜짝 놀라는 외상후스트레스 장애증상을 보인다.

따라서 같은 위험을 경험한 다른 사람은 괜찮은데 나만 유난히 힘들어하는 것처럼 여겨진다고 해서 "나는 왜 이럴까?" 하고 파고드는 것은 좋지 않다.

또한 외상후스트레스 증상에 시달리는 사람들 중 70%는 1년 안에 증상이 호전된다.

따라서 절망에 빠질 필요는 없으며 희망을 가지고 치유되기를 기다려야 한다.

트라우마를 받았을 때 가장 힘이 되어주어야 하는 사람들이 가족이다.

따라서 만일 가정에 어려움이 있어서 위로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

실직상태나 사업이 어려울 때 공포를 경험하게 되면 기존의 불안에 트라우마가 겹치면서 공포의 상처가 더 크고 오래 갈 수 있다.

반면에 평소에 의미있는 삶을 살아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빨리 회복된다.

하지만 환자들을 치유하다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가정도 화목하고, 안정된 직장도 가지고 있고, 성장과정에서도 상처받은 일이 없는 사람들도 큰 사고를 겪은 후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아가게 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사고 후 잘 적응하지 못한다고 해서 부적응양상을 보이는 것이 평소 마음이 건강하지 않았다는 증거라는 식으로 짐작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것은 결과를 가지고 원인을 끼워맞추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누구나 공포를 경험하면 마음에 이상이 오게 마련이므로 자신이 공포에 더 취약한 점이 있다는 정도로 받아들이면 된다.

 

공포의 상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믿음이 중요하다

 

공포에 의해 일련의 증상이 발생하는 외상후스트레스 장애에는 다음 세 가지 증상이 동반된다.

첫째, 공포스러운 상황이 계속 떠오른다.

둘째, 공포상황과 관련된 자극을 피하게 된다.

셋째, 사소한 일에도 깜짝깜짝 놀라고 예민하게 반응한다.

이런 세 가지 증상이 한 달 이상 지속되면 외상후스트레스 장애라고 한다.

공포를 경험하자마자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6개월 이상 지나고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공포에 압도된 경우 처음에는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어서 무의식적으로 억눌러두었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뒤늦게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공포의 상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인간에 대한 믿음, 사회에 대한 믿음, 자신에 대한 믿음,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믿음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래서 증상 자체에 집착하는 것보다는 믿음을 갈구하는 것이 더 나은 경우도 있다.

 

공포의 상처, 이렇게 극복하자

 

용서를 해야 마음의 상처를 극복할 수 있다고 흔히들 말한다.

하지만 사실 우리는 내게 죄를 지은 상대방이 그에 걸맞는 벌을 받아야만 감정이 매듭지어진다.

하지만 그 감정이 끝없이 이어진다면 자신을 병들게 할 뿐이다.

나를 향한 분노가 지나치면 절망의 늪에 빠지게 된다.

타인을 향한 분노 역시 지나치면 분노라는 폭주기관차에서 내리지 않는 한 자신의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없다.

더군다나 아무리 원망한들 타인은 타인대로 살아가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충분히 보상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너무 집착하면 사회생활을 망칠 뿐임을 알아야 한다.

혼자 분노를 끌어안고 보이지도 않고 듣지도 않는 상대방을 향해 소리치며 원망만 하고 있는 한 상처는 결코 아물지 않을 것이다.

 

사고, 사건에 대한 기억이 자꾸 떠올려지는 것은 외상후스트레스 장애의 증상인 동시에 그것을 극복하려는 시도다.

다만 문제는 당시 상황을 머릿속에서 재현하다 보면 갑자기 불안, 공포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재현이 중단되고, 그렇게 되면 다시 처음부터 재현하게 된다.

아무리 끔찍한 공포영화도 결말을 알고 보면 그렇게 무섭지 않다.

반면에 가장 끔찍한 장면에서 보기를 중단하면 그 끔찍한 장면만 기억에 남는다.

결론을 알 수 없으니 끔찍한 장면이 영원이 계속될 것 같다.

그러므로 불안과 공포가 생겨도 중단하지 말고 끝까지 온전한 마음으로 견디는 것이 좋다.

 

이렇게 긴장과 불안이 고조되었을 때 그것을 이겨내고 끝까지 재현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방법이 필요하다.

가장 괴로운 순간을 넘기면서 다음 장면, 다음 장면으로 단계별로 회상을 진행해 나가는 것이다.

머리로 상상하는 것이 어려우면 트라우마와 연관된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는 것도 심상재현에 도움이 되고, 트라우마 상황과 관련된 영화를 보거나 소설을 읽는 것으로 시작할 수도 있다.

방법은 저마다 다를 수 있지만 공포에 대한 기억을 온전히 견뎌내고 의식적으로 재경험하는 것은 외상후스트레스 장애를 비롯한 공포의 상처를 극복하는 데 아주 중요하다.

 

연관된 마음의 상처를 해결하라

 

컴퓨터는 기계이니 저장이 안 된 자료가 일부 손상받기는 하지만 다시 전원을 연결하면 꺼졌을 때의 상태로 복원된다.

하지만 마음은 다르다.

공포를 경험하는 순간 나를 독특하게 유지했던 자아정체감이 일시적으로 모두 사라진다.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섰을 때 그 동안 나를 타인과 구별되게 해주었던 개인적 차별성이 일순간 모두 사라진다.

살고 싶다는 갈망이 몸과 마음을 지배한다.

그렇기 때문에 다시 생명이 돌아오는 순간 뇌의 감정과 기억이 뒤죽박죽되기도 한다.

인간의 마음에는 자전적 자아감이라는 것이 있어서 누구나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하며 살아간다.

때로는 인생의 전환점에 이 생각이 바뀌기도 한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는 자아정체감이 공포 때문에 무너지는 것은 마음의 집이 무너지는 것과 같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는 느낌을 유지하고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그런 느낌에 부합되지 않는 감정과 기억을 어딘가에 꼭꼭 숨겨놔야 한다.

'나는 능력있는 사람이다'라는 느낌을 가지고 살기 위해서는 무능했던 순간을 잊어야 한다.

공포와 연관된 삶의 상처, 공포로 인해 의식의 표면에 다시 떠오른 괴로운 기억과 그 감정이 조절된다면 공포의 상처에서 벗어나는 것 역시 훨씬 수월할 것이다.

따라서 공포가 내 마음에서 사라지지 않는 한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서 손을 놓는 것은 바람직한 행동이 아니다.

공포와 연관된 괴로운 기억과 감정이 떠오를 때마다 미루지 말고 매 순간 하나씩 하나씩 해결해 나가야 한다.

 

 

출처: <트라우마 테라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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