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심리 수업 365>

2021. 11. 27. 11:13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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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심리 수업 365>, 정여울

(책 속에서)

 

220일

'꽃과 나무로 가득한 치유의 공간'

 

가진 적도 없고, 앞으로 가질 수 있는 가능성도 별로 없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꼭 가지고 싶은 것이 있다. 내게는 그런 불가능한 갈망의 대상이 바로 아름다운 정원이다. 여행마니아가 되고 나서는 정원을 향한 열병이 더 심해졌다. 아름다운 도시에는 꼭 그에 걸맞은 정원이 있었다.

 

(내가 상상하는 아름다운 정원을 소망하는 것은 내면의 뿌리 깊은 소유욕이다. 나에게도 정원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점유하는 기쁨, 정원을 가꾸는 노동과 책임을 통해 얻는 기쁨이 필요했다. 아마도 내가 가꾸는 정원에는 꽃은 많이 없을 것이다. 일상에서 활용가능한 허브들을 많이 키울 생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허브 식물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을 소유하고 싶은 욕망으로 정원을 가꾸면 안된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식물들과 함께 사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식물들과 내가 같이 성장하고 싶은 마음에서 정원을 가꿔야 한다. 그 과정에서 충만함, 성취감, 뿌듯함을 오롯이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내가 이들을 통해 배울 수 있는게 있지 않을까. 아마도 식물들과 나는 계산적으로 주고 받는 관계가 아닌, 아무리 주어도 아깝지 않은 관계, 주면 줄수록 오히려 서로에게 깊은 존재가 되는 관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225일

'누구에게도 빚지지 않는 삶의 행복'

 

행복은 최고의 치유제다. 더 많이 소유하고 더 빨리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행복이 아니라, 더 느리고 더 소박한 북유럽식 행복의 가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나에게는 중요한 관점의 변화가 찾아왔다. 행복을 '외적 조건'의 문제가 아니라 '내적 자율'의 문제로 바라보게 된 것이다. 진정한 행복은 '탁월함'이나 '여유로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내 삶을 내 손으로 바꿀 수 있다'는 자율성의 믿음으로부터 우러나온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아버지께서 늘 하시던 말씀 중 하나였다. 내게 힘든 일이 있으면 그만큼 보상이 있고, 누군가로부터 선물을 받게 된다면 나도 무언가를 베풀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지금의 나는 여러 부분에서 많이 부족하고 불안정하지만, 마흔이 되기 전에는 부모님에게 의존하지 않고 모든 것을 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성인이 되고 싶다. 의존으로부터의 완전한 해방이 행복의 시작이라는 말에 깊은 공감을 느꼈다.)

 

234

'내 마음의 피난처, 책'

 

책을 빌려주고 받는 일은 비밀일기를 돌려쓰는 것처럼 은밀한 기쁨을 안겨주는, 또 하나의 소중한 소통의 체험이었다. 내게 책은 집 안에 있는 어떤 물건보다 더 소중한 영혼의 오브제다. 그러나 그 소중함은 '나만 가지고 싶은 소유욕'으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을 더욱 크게 만드는 힘을 의미한다. 

 

(나에게 책은 가장 소중한 것 다섯 개를 고르라면 그 중 하나로 꼽히는 존재이다.

최근에는 e-book으로 읽는 편이지만, 종종 종이책을 구매하는 편이다. 나는 내 책들을 평생 소유하지 않는다. 가족에게 빌려주기도 하고, 친구나 친척에게 주기도 하고, 직장 동료에게 선물하기도 한다. 재미있는 점은 내 주변의 사람들도 나에게 자신이 읽던 책을 빌려주거나, 선물하곤 한다.

사실 책을 자주 선물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내 이기심 때문이다. 책을 자주 나눠주는 이유는 무거운 나의 짐을 줄이기 위해서이다. 나는 여러 지역을 옮겨 다니면서 살아왔기에, 짐이 많은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말 아끼는 책은 본가 서재에 꽂아두고 '이동 도서관'처럼 나의 책장은 주기적으로 바뀐다. 

나는 책을 읽을 때 '나만의 책 읽는 방법'이 있다. 나는 부분적으로 타이핑을 하면서 책을 읽는다. 이 습관은 아마 대학교 전공 서적 공부할 때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다. 폴더에 과목명 대로 분류하고 그 안에 교재나 출력물로 주신 글, 책들을 모아서 수집하는 것은 나에게 흥미로운 일이었다. 컴퓨터 폴더에 정리를 하면서 글을 읽으면 내용도 머릿속에 잘 들어오고, 온갖 외부의 잡음으로부터 보호를 받는 느낌이 든다. 기억력이 좋지 않은 내가 언젠가 어떤 키워드에 대하여 꺼내보고 싶을 때, 쉽게 끄집어낼 수 있다.

나는 어느 한 시점을 계기로 책에 대한 관점이 바뀌면서 책을 제대로 읽기 시작했다. 내가 인문학을 알게 되기 전에는 책은 그저 정보를 얻는 수단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땐 주로 잡지나 전공 서적, 정보를 얻기 위한 책들만 읽었다. 인문학을 알고 나서부터는 나에게 책이란 시공간을 넘나드는 강의를 들을 수 있는 매개체라고 느껴졌다. 아직도 내가 모르는 부분이 더 많지만, 내가 책을 통해 알게 된 사람들은 모두 나의 선배이자 멘토가 되어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그들은 주기적으로 나에게 현실과 비현실 사이의 혼란이 올 때마다 졸음에서 나를 깨워주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마지막 장에서 앨리스의 낮잠을 깨우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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