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본 후에 다스리는 마음> 2

2024. 7. 24. 13:59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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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올바른 방법으로 가고 있다.

명상 훈련은 차분하게 진행되면서 우리의 감정적, 정신적 기능을 조명한다.

바로 이 무렵부터 명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 또한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하는데, 우왕좌왕하는 정신은 더 이상 패배나 실패가 아니라 새로운 기회로 느껴진다.

수많은 생각이 두서없이 떠오른다고 해서 스스로를 더 이상 나무라지 않는다.

대신 마음속에서 일렁이는 불꽃을 더욱 선명하게 알아차리게 되었음을 자축한다.

 

생각을 알아차린다는 것.

그것은 명상의 본질에 아주 가까워지고 있다는 신호다.

이것이야말로 변화가 만들어지는 아주 결정적인 순간이다.

선택권은 우리에게 있고, 심리적 자극과 우리가 그것에 보이는 반응 사이에 자유의 공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 또한 이러한 알아차림에서 비롯된다.

마침내 우리 앞에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

이제부터 우리는 생각을 비우려고 애쓰지 않는다.

비워내야 하는 것은 생각이라는 대상에 우리가 보이는 반응이다.

 

...

 

스트레스가 어떻게 제 모습을 드러내는지 나는 아주 잘 알고 있다.

끝없이 맴도는 수많은 생각, 긴장된 어깨, 가쁜 숨, 복부 긴장감.

이제 모두 익숙해진 감각들이다.

스트레스의 원인을 너무나 잘 아는 내가 제일 먼저 보이는 반응은 거기에 맞서 싸우는 것이다.

잠깐 동안 나는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단계에 들어선다.

동요하는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떠오르는 생각들을 막고 억누른다.

느끼는 그대로 내버려 두기보다는 오히려 전쟁의 한복판으로 뛰어드는 격이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상황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면 나는 응시와 관찰의 시간을 가진다.

있는 그대로의 경험 앞에서 나 자신을 활짝 열어 본다.

이제 나의 관심은 단순한 인식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나 자신에 맞서 싸우는 선전포고 상태를 유지하는 대신 스트레스를 있는 그대로, 아무리 많아도 그대로 내버려 둔다.

내 감정에 잣대를 들이대고 억누르기보다는 이들에게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 마음껏 변화하고 자라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변화가 발생한다.

내 상태를 허락하고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두자 무도회가 시작되듯 긴장은 탱고로 변화한다.

거절과 수용 사이의 양가감정은 이제 춤이 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이 과정이 끝나고 나면 불편함은 점점 수그러들다가 이내 완전히 사라진다.

여기서 수용이란 패배나 체념이 아니라 역동적이고 창조적인 동작이다.

승리는 부정하고 공격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인정하고 내려놓는 데 있다.

미국 심리학자 칼 로저스는 이렇게 말했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변화가 찾아온다. 이것이야말로 삶의 신기한 패러독스가 아닌가!"

 

...

 

'Think outside the box'는 마케팅 공식이나 문제 해결을 위한 테크닉에만 머물지 않는다.

기존에 가지고 있는 믿음이나 확신에 의문을 제기하고, 우리가 만들어 내고 있는 상황에 물음표를 던지며, 닫혀 있는 순간의 비밀을 풀어내기 위한 집요한 노력을 요구하는 제안인 것이다.

열림과 창의성을 다지는 지난한 훈련... 말하자면 삶을 대하는 진정한 방식의 연습이다.

 

...

 

상투적인 방법에서 벗어날 것, 자동화되고 습관으로 굳어진 마음과 행동에서 벗어나 외면과 내면의 습관을 바꾸어 볼 것.

마음챙김의 맥락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아홉 개의 점은 바로 이런 훈련을 제안한다.

틀에서 벗어나는 것.

명상의 관점에서 이 말은 위험을 감수하면서 통제의 끈을 늦춘다는 의미다.

당신으로부터 벗어나려는 것, 달아나려는 것과 기꺼이 함께 살아가기를 받아들이기.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분석 정신, 즉 모든 것을 당신의 손 안에 넣어 해체하고 알아보고만 싶은 마음 상태를 과감히 놓아줌으로써 오히려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새로운 해답을 향해 마음을 여는 것이다.

현재의 처지에서 한발 물러나 당신을 둘러싼 물음표들과 원만히 어우러져 살아갈 것.

 

...

 

어려움이 발생하면 당신의 인지력은 축소된다.

해결책을 찾고 싶은 욕망에 압도된 마음은 이내 닫혀 버린다.

이러한 성향에 맞서기 위해 명상 수행은 좀 더 광범위한 주의 능력을 기를 것을 권한다.

비베카(viveka)라는 팔리어 단어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 너머까지 확장되는 관심'을 의미하는데, 이는 좀 더 넓게 보는 훈련을 말한다.

 

주의 기능은 우리의 생각을 흩뜨리는 공간들을 감추지 않는다.

덕분에 우리는 생각이 있는 자리를 명확하게 식별할 수 있다.

소리를 듣되 그것을 에워싼 침묵의 존재를 잊지 않기.

좀 더 광범위한 차원에서 말하자면, 이 모든 현상이 일어나는 의식을 느끼기.

비베카는 집중으로의 초대가 아니라 탈집중으로의 초대다.

집중이 막히고 축소되고 추방된 바로 그 자리에서 주의가 비로소 활짝 열리고 넓어지며 환영받기 때문이다.

집중이 포위를, 탈집중이 포옹을 원하는 곳도 바로 그 자리다.

여기에서 비베카는 정확하면서 포괄적인 주의를 기울여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문제 속에 스스로를 가두는 것이 아니라 여지를 남겨 공간 자체가 피난처이자 솔루션이 된다.

당신의 어려움이 해결되든 그렇지 않든, 당신은 자연스럽게 열린 의식의 차원에 의지하게 된다.

 

...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시간의 유한성과 무상함을 인식하는 데 필요한 것은 시간이다.

껍질을 벗겨 내고 태양, 지구, 인간이라는 존재 혹은 모든 차원의 생명체에 포함된 연약한 속성을 인식하는 데는 지난한 연구가 필요한 법이다.

일상의 무수한 행동 속에서도 이런 감각을 유지하며 영속성에 대한 환상에서 깨어나 죽음이 우리를 끊임없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일.

그건 말처럼 쉽지가 않다.

 

...

 

인생의 무상함을 외면하고 매번 다른 것으로 대체한다면 오히려 더 큰 위험을 향해 달려가는 셈이다.

스스로를 과신할수록 욕심, 증오, 오만 등 모두에게 고통을 줄 수 있는 감정들이 둥지를 트는 법.

삶은 유한하다는 인식과 친해지기,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 조금 더 가볍게 살아가는 한 방법이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죽음의 얼굴은 오히려 친숙하다.

죽음은 매 순간, 한마디 한마디, 한 동작 한 동작 할 때마다 등장하는 '방향의 조언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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