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투스의 힘> 일곱 번째 힘

 

일곱 번째 힘 교양을 나타내는 겉모습

 

외모와 말투, 예절, 취미 생활과 스포츠는 본래의 일상적 기능 외에도 그 사람의 태생과 사회적 위치를 알려주는 단서가 된다.

유복한 사람은 예술, 디자인, 예의범절 그리고 각종 지적 자극에 둘러싸여 자란다.

그래서 교양 있는 행동이 요구되는 자리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알아채며 혹시 잘 모를 경우는 주변에 쉽게 도움을 구한다.

물론 어렸을 때 배우지 못했다면 나중에라도 배울 수 있다.

다만 시간이 좀 더 걸리고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 다르다.

 

당신에게 중요한 것은 돈과 권력인가?

그렇다면 상위계층의 코드나 가치는 무시해도 좋다.

당신이 도약으로 얻고자 하는 바는 전문성, 탁월한 아이디어, 카리스마, 현명한 자산투자, 상속, 정치력 등을 통해 이뤄질 것이다.

어쩌면 시대적 환경이 당신에게 유리하게 조성되어 기회를 얻거나 우연히 취득한 기술이 신기술로 각광받을 수도 있다.

이처럼 소수에게만 허락된 물건과 경험들로 인생이 풍성해진다는 사실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또한 성공하면 당신의 영향력도 커진다.

전문가로서 대우받거나 고용주로 존경받거나 물주로 대접받을 것이다.

그 외에 다른 것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

그것이 승자의 법칙이다.

 

하지만 당신이 막강한 권력과 찬란한 부에 이르지 못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위계층의 일원이 되고 싶다면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마치 이미 거기에 속한 듯 행동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당신의 출신과 현재 지위를 드러내는 상징들을 세련되게 교정해야 한다.

상위계층을 따라잡는 과정에는 엄청난 노력이 들어간다.

때론 박사학위를 따는 것보다 훨씬 힘들게 느껴질 수도 있다.

변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은 원래의 행동 방식을 바꾸는 것이 출신에 대한 배신으로 보일지도 모른다는 자기 자신의 염려다.

 

도약으로 새로운 계층에 진입한 사람들의 스타일이 바뀌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 사람의 인간성이 단번에 변하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그들은 할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소형차를 버리고 멋진 세단으로 갈아탄 듯한 죄책감을 느낀다.

 

'흠잡을 데 없는 양떼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는 일단 양이어야 한다.'

어딘가에 속하고자 한다면 그곳에 적응해야 한다는 딜레마가 간결하게 압축된 말이다.

"살아 있는 것은 외부 영향의 다양한 조건에 적응할 뿐 아니라 그 와중에도 의식적으로 노력해 획득한 소중한 자율성을 유지하는 능력을 겸비하고 있다."

이 말에 따르면 새로운 아비투스에 적응한다는 것은 자신을 잃어버리는 과정이 아니라 계층에 맞추려는 노력과 자신만의 됨됨이를 지키려는 의지를 유연하게 절충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일은 당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

 

두려움에서 벗어날 길이 있긴 하다.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다.

당신의 에너지를 효과적인 행동 변화 몇 개에만 집중한다면 입문자의 실수를 예방할 수 있다.

일종의 '캡슐 아비투스' 전략으로, 여러 상황에 두루두루 어울리는 몇 가지 옷으로 간소하게 구성된 캡슐 옷장처럼 좋은 품질과 다양한 적용 범위를 갖춘 캡슐 아비투스를 습득하는 것이다.

캡슐에 들어갈 아비투스는 외모, 예절, 언어, 교양에 관한 것으로 한정한다.

그 내용은 상위계층에선 당연하게 받아들이되 하위계층에서도 터무니없다고 여겨지진 않는 선이다.

일단 캡슐 아비투스가 제2의 본성처럼 당신에게 장착되고 나면 더 세련되게 고칠지, 고친다면 어떻게 고칠지는 당신이 알아서 결정할 일이다.

 

캡슐 아비투스 1: 스타일링

 

"중요한 것은 보이는 것이다. 겉보기일 뿐이라도 여전히 중요하다."

"그 겉보기가 정말 중요한 것"

그러니 외모를 신중하게 관리해야 한다.

옷차림과 스타일링은 외적으로만 작용하는 게 아니다.

내면의 힘을 키워주는 역할도 한다.

 

캡슐 아비투스 2: 매너

 

'본질은 성공적인 만남이다. 이것만 기억하면 당신은 모든 공적 사적 상황에서 당당하고 유능한 사람이 된다.'

성공적인 만남을 위해 당신이 알아야 할 것들은 많지 않다.

사실 약간의 배려심만 있어도 충분하다.

 

캡슐 아비투스 3: 말투

 

'훌륭한 언어 습관을 위한 첫 번째 규칙은 좋은 어조를 유지하는 것이다. 언어에는 다양한 어조가 존재하는데 어조마다 주는 인상이 다르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발화 혹은 비발화 언어를 쓸지 가장 확실하게 아는 사람은 당신 자신이다.

어떤 어휘를 쓰고, 어떤 제스처를 쓰며, 대화를 어떻게 풀어가고 상대의 말에 어떻게 반응할지, 어떻게 발음하고, 목소리의 높낮이를 어떻게 하며, 말을 간결하게 끊을지 장황하게 늘릴지 등 언어를 발전시킬 포인트는 끝도 없이 많다.

하지만 지금 다루는 것은 '캡슐 아비투스'이므로 기본에만 집중해보자.

말투를 정리하고 불필요한 요소 없이 말하는 게 핵심이다.

다음 세 가지 행동 방식은 당신이 상위계층 언어 수준에 도달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말할 때도 쉼표와 마침표를 찍어라.

문장 끝에 잠깐씩 쉼표를 두는 것은 설득력을 높일 뿐 아니라 더 신중하고 정확한 문장을 구사하는 데 효과적이다.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여라.

호의와 절제력을 동시에 표현하는 데 경청만큼 좋은 도구도 없다.

그러니 상대가 충분히 말하고 끝낼 때까지 기다려라.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빼라.

유행을 타지 않고 중립적인 단어를 택하면 말은 금세 세련되게 변한다.

 

캡슐 아비투스 4: 교양

 

돈이 많지 않아도 분위기와 취향, 세련됨에 대한 감각이 있으면 된다.

도약의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고자 한다면 먼저 도약에 필요한 취향을 계발해야 한다.

독서와 학습은 언제나 옳다.

그러나 도달해야 할 계층의 아비투스를 따라잡는 도구로서는 시작 단계에서 도움이 될 따름이다.

그렇게 당황할 것은 없다.

당신의 비교 대상은 이미 유치원 때부터 자기 평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아비투스를 내면화한 사람들이다.

그래도 그들과 격차를 줄일 방법은 분명히 있다.

바로 '몰입'이다.

몰입을 뜻하는 라틴어 'immersio'에는 침수 혹은 잠수라는 뜻도 있다.

외국어 학습에서도 몰입은 성공을 보장하는 효과적인 방법론으로 여겨진다.

 

'몰입이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그 환경에 빠져드는 것이다.'

나는 몰입이 아비투스를 전환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이들에겐 집처럼 편안한 환경이 당신에게는 아직 낯설 수 있다.

당신이 확신을 품고 그런 낯선 환경에 뛰어들 때 사회적 몰입이 발생한다.

그 과정에서 당신이 얻을 이익은 새로운 아비투스를 피부로 흡수하고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어쩌면 당신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를 사소하게나마 깨달을 수도 있다.

 

그런 곳은 어떻게 생겼는지, 그런 데 갈 땐 어떤 차림이 어울리는지 아는 바가 없었다.

그래도 초대를 거절하기보다는 일단 가보기로 했다.

중요한 규칙만 어기지 않으면 민폐는 되지 않는다는 게 내 상식이었다.

나는 곁눈질로 옆에 사람들을 보고 따라 했다.

그리고 다음번 방문 때는 흐름에 자연스럽게 합류할 수 있었다.

괴테는 새로운 환경에 자연스럽게 휩쓸리는 것의 미덕을 경험으로 알았다.

시민계급의 아들이었던 그는 바이마르의 귀족 집단에 적응해야만 했다.

훗날 그는 일생을 높은 신분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고 술회했다.

"그럴 때 지켜야 할 유일한 규칙은 자기 본성이 완전히 드러나도록 두지 않는 것이다. 그보다는 일정한 관습 안에 머물러야 한다."

새롭고 낯선 환경에 주눅 들지 않고 중요한 관례와 예절은 지키면서 상대와 주파수를 맞춰 부드럽게 리듬을 타보라.

캡슐 아비투스를 익히면 실천은 어렵지 않다.

 

상위계층의 아비투스는 우연히 얻어지는 게 아니다.

원하는 아비투스를 체득하기 위해선 투자가 필요하다.

전시회에 가고, 새로운 관계를 맺고,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고급 식당에서 랍스터 메뉴를 주문하고, 자신의 외모가 체형과 지위에 어울리는지를 고민하고, 어색한 자리라도 기꺼이 초대에 응하고, 지금은 전혀 이해되지 않는 주제와 논제에도 열린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

가끔은 힘이 들 때도 있지만 그 효과는 놀라우리만치 훌륭하다.

새로운 세계에 흥미롭게 몰두하는 편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