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의 문장들, 서툰 어른을 위한 진화심리학자의 위로> 2장

2023. 3. 4. 11:47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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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인간은 인간에 의해 길들여진 다른 동물들에서 더 나아가 자존감이란 감정을 사회생활의 나침반으로 삼는다.

암컷에게 선택받기 위해 화려한 꼬리를 활짝 펴는 수컷 공작새처럼, 우리 역시 다른 사람들에게 공동체 구성원으로 인정받고 선택받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렇게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자기 길들임(self-domestication)'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우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을 많이 쓰도록 진화했다.

덕택에 우리가 느끼는 자존감은 남들이 우리를 얼마나 가치 있는 존재로 평가하는지에 영향을 받는다.

자부심과 자긍심처럼 자존감이 높아지는 경험은 우리를 기분 좋게 만들어준다.

동시에 앞으로도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 비슷한 행동을 계속하도록 부추긴다.

수치심이나 죄책감처럼 자존감이 떨어지는 경험은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경고가 된다.

이런 자부심과 수치심의 저울 사이에서 우리의 자존감이 결정된다.

즉, 우리의 자존감은 다른 사람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종합적인 인식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남들과 똑같아지려고 인생을 낭비한다"고 말한 것은 바로 이런 현상이 과도하게 흘러가는 지점을 지적하는 것일 테다.

결국 우리에게는 건강한 자존감이 필요하다.

하지만 마음먹는다고 곧장 자존감이 달라지지 않는다.

본래 자존감은 우리의 행복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회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주는 데 그 기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차라리 나가서 다른 사람들을 만나 작은 호의라도 베푸는 편이 자존감을 높이는데 더 도움이 될 것이다.

마흔의 자존감을 높이는 법은 머리로 아는 지식이 아니라 타인과의 교류 속에서 움직이는 행동력이다.

 

진화심리학에서는 수많은 본능과 욕구를 '마음의 모듈성'이라고 하고, 각각의 모듈은 우리 종이 진화하면서 과거에 무수히 마주쳤던 삶의 과제들을 반사적으로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특화되었다고 생각한다.

덕택에 이러한 본능과 욕구들이 생존과 번식에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진화한 심리 기제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우리의 행동은 더 유연해진다.

우리가 사는 현대사회에서는 생존 욕구와 번식 욕구가 충돌하는 상황이 더 미세하고 복잡해졌다.

결혼을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아이를 낳아야 할까 말아야 할까, 둘째를 가져야 할까 말아야 할까, 직장은 계속 다녀야 할까 말아야 할까.

모든 선택과 결정의 상황에서 내안의 다양한 마음들이 충돌한다.

마음이 상호작용하는 방식은 너무 복잡해서, 다양한 심리 기제들이 어떤 순서와 방식으로 켜졌다 꺼졌다 하는지 우리는 아직까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개개인의 성격은 달라도 마음의 모듈은 비슷하다.

그러니 적어도 이제는 '내 안의 나'가 수없이 있음을 받아들이자.

각각의 마음은 자기만의 선호를 갖고 서로 경쟁한다.

하지만 모두 내 안에 있는 나 자신이다.

그러니 이랬다 저랬다 결정장애를 겪고 있는 내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해 줘야 하지 않을까?

 

나를 알기 위해서는 내가 외향적인 사람인지 내향적인 사람인지를 알아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할 때 행복한 사람인지 아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행동을 다른 사람의 평가에 연연하지 말고 스스로 중요한 일로 인정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스스로를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다.

스스로를 믿고 사랑하는 사람만이 인생의 다른 모든 관계에서 흔들리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의지도 되어줄 수 있다.

 

아일랜드 출신의 극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평생에 걸친 로맨스의 시작"이라고 했다.

나이가 들면 부모님 품에서 독립하고, 연인이나 배우자와도 맘이 맞지 않으면 헤어지기도 하고, 자식도 언젠간 스스로의 인생을 찾아 떠난다.

하지만 나 자신은 좋던 싫던 내 삶의 모든 순간을 함께하는 유일한 존재다.

그런 존재를 사랑하지 않고서는 행복한 삶을 살기 어렵다.

이성과의 로맨틱한 사랑이나 부모자식 간의 애정에 대해서는 다들 깊이 고민하고 나름의 공부도 하고 하는데, 나 자신을 사랑하기 위한 노력은 왜 그만큼 하지 않는 걸까?

 

나를 사랑하는 방법으로 가장 손쉬운 것이 두 가지 있다.

첫 번째는 있는 그대로의 나의 단점과 상처를 인정하고 위로해 주는 일이다.

꼭 다른 누군가가 위로해 주길 바라지 말자. 

나의 부족한 점을 이해해 주고 진심으로 위로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다.

두 번째는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 나를 정말 행복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는 일이다.

내가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지 제일 잘 알 수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로 나 자신이다.

물론 인간은 사회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타인들의 세상이 만들어낸 욕망의 바다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하지만 망망대해에서 길을 잃고 표류하지 않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의 진정한 선호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나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알고 이해하는 것이 먼저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 내가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알고, 행복해지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스스로에게 관용을 베푸는 것이야말로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다.

 

출처: <마흔의 문장들, 서툰 어른을 위한 진화심리학자의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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